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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옥같은 설레발

반도체 품귀로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생산라인이 멈추면서 반도체 민족주의가 민낯을 드러냈다. 본문

IT

반도체 품귀로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생산라인이 멈추면서 반도체 민족주의가 민낯을 드러냈다.

ak003 2021. 4. 1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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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이 12일(현지시간)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체와 자동차회사 등 글로벌 기업들을 불러들여 개최한 '반도체 화상회의'는 상당히 충격적이다.

이 회의는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함께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재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반도체 웨이퍼를 들고 인사말을 했다.

백악관이 반도체를 단순한 상품이나 산업을 넘어 안보 자산이라는 점을 명백히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를 "인프라"라고 규정하면서 "중국 공산당이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고 지배하려는 공격적인 계획을 갖고 있는데,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반도체가 상하수도나 도로처럼 국민 생활과 경제에 없어서는 안 될 국가의 핵심 인프라인 동시에 안보 자산이기 때문에 중국의 굴기를 막아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로 읽힌다.

지난 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 간 한미일 3국 안보실장 회의에서도 핵심 의제는 북핵 문제와 함께 반도체였다.

미국은 안보와 산업의 토대인 반도체 생산력의 72%가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과 대만, 일본 등 동아시아에 편중된 것을 우려한다. 미국의 생산 비중은 13%에 불과하다.

따라서 미국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국이 필요로 하는 반도체는 전량 자국 내에서 생산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각각 세계 메모리와 파운드리 1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를 백악관 회의에 부른 것도 공장을 지으라는 압박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파운드리 공장 증설을 위해 170억 달러 규모 투자를 검토 중인데 서두르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영준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미국 정부는 반도체의 글로벌 지배력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날 모든 게 끝이라는 위기감을 강하게 의식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도 자국이 가장 큰 고객이라며 공급망 유지를 압박한다. 지난 3일 중국 푸젠성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협력을 요청했다.

중국의 반도체 장비업체인 화웨이의 칼 송 사장(글로벌 대외협력 및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13일 서울서 열린 한국기자 간담회에서 자국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했다.

그는 작금의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이 화웨이를 제재한 미국 탓이라고 비난하면서 "한국, 일본, 유럽 등 반도체 선진국과 협력해 글로벌 공급사슬을 다시 형성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또 손루원 한국화웨이 사장은 지난 5년간 한국에서의 반도체 누적 구매액이 약 40조원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한국 업체들이 자국에 대한 반도체 공급을 유지해야 한다는 요구로 해석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물량에서 중국 비중은 39.6%에 달했다. 비즈니스 측면서만 보자면 중국이 사실상 우리나라 반도체 업체들의 목줄을 잡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 낸드플래시와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돌리고 있다. 중국도 언제든 삼성에 생산력 확충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요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로서는 미국과 중국 어느 나라도 포기할 수 없어 두 나라의 패권 경쟁이 심화할수록 고민은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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