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옥같은 설레발
청와대에서 손정의, 문 대통령에게 "대응이 늦었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인공지능" 본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4일 "일본과 한국 모두 중국, 미국에 비해서 AI(인공지능) 대응이 늦었다"며 "한국이 인터넷 강국이었던 만큼 이제는 AI 강국으로 가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이날 청와대를 찾아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손 회장은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첫째도 브로드밴드(초고속인터넷 통신망), 둘째도 브로드밴드, 셋째도 브로드밴드를 주목하라"고 제언했다. 21년이 흘러 다시 청와대를 찾은 손 회장은 초고속인터넷 통신망 대신 AI 강자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한 셈이다.
손 회장은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라며 교육, 정책, 투자, 예산 등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전폭적 육성을 제안했다. 손 회장은 "AI는 인류 역사상 최대 수준의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며 AI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시장의 규모는 한계가 있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며 "소프트뱅크가 가지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도움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동북아슈퍼그리드 비전이 구체화되는 것에 관심을 보였다.
이날 접견에는 이례적으로 장관들과 청와대 핵심 참모들이 총출동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정부를 대표해 참석했고, 청와대에서는 노영민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이호승 경제수석,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주형철 경제보좌관, 이공주 과학기술보좌관, 이진석 정책조정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손 회장은 승차공유 시장에서 글로벌 선두업체인 우버는 물론 중국과 인도, 동남아에서 각각 1위 업체인 디디추싱, 올라, 그랩 등에 투자했다. 손 회장은 스마트폰에서 이뤄진 혁명이 앞으로는 모빌리티 분야에서 올 것이라고 확신하고 이 분야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다. 손 회장은 AI 기반의 모빌리티 시대의 도래를 예견하고 우버에 100억달러를 투자했고, 동남아 지역에서 급성장한 그랩에는 10억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손 회장은 1000억달러 규모 소프트뱅크비전펀드(SVF)를 조성해 AI, 모빌리티 기업에 투자했고, 이제는 비슷한 규모의 2차 펀드 조성에 나서고 있다.
김상협 KAIST 지속발전연구센터장은 소프트뱅크는 이른바 'BMW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BMW란 △B는 Bits의 약자, 본업인 정보통신 △M은 Mobility의 약자, 사람과 상품은 물론 돈과 정보를 연결하는 이동성 △W는 Watts의 약자, 재생에너지를 비롯해 배터리와 전기저장장치, 전력망 인터넷(Grid of Things)을 뜻한다. 김 센터장은 "모빌리티가 변화의 핵이 될 것"이라며 "한국이 모빌리티 대혁명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은 물론 정부와 일하는 사람 모두 자신의 역할과 업의 본질을 시급히 재점검할 때"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이날 저녁 2시간여 동안 서울 성북동 가구박물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GIO),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등을 초청해 만찬을 겸한 미팅을 했다. 이 자리에서는 AI, 5G,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모빌리티 등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술·비즈니스 협력 방안과 스타트업 생태계·투자 등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의 공개 회동은 2016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손 회장은 당시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찾아 이 부회장과 2시간30분가량 만났다.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은 이번 만남에서 5G, AI 등과 관련한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올 들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제, 팀 회트게스 도이치텔레콤 최고경영자 등을 잇달아 만나며 해외사업 확대, 성장동력 발굴 등에 발 빠른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손 회장과 자율주행, 모빌리티 비즈니스 등에 대해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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