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옥같은 설레발
돌고래를 전시하는 수족관에 ‘절대로’ 가면 안되는 이유 본문
“말도 안 되는 거죠.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해요. 어느 분이 우리에게 그런 권한을 부여했나요?”
수족관 속 돌고래에 대한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의 생각이다.
초대 국립생태원장을 역임한 최 교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동물 생태학자다.
지난 2012년에는 서울대공원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야생 방류를 위한 시민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제돌이를 제주 바다에 풀어주는 일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최 교수는 유튜브 채널 ‘JTBC 뉴스’ 불편연구소에 출연해 대중에 돌고래가 있는 수족관에는 절대 가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벨루가(흰고래)는 천천히 수영하는 고래이긴 하지만 극지방에 살면서 철 따라 이동한다. 몇 km를 이동하는 게 아니라 북극해에서 일본 앞바다까지 왔다 갔다 하며 어마하게 먼 거리를 이동하는 동물이다”라며 “그런 동물을 그렇게 작은 곳에다 놔두고는 (인간이 정한)자격 요건을 갖췄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동안 벨루가 등 수족관에 갇힌 고래의 수조 환경에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수족관 측에서 내놓은 해명을 지적한 것이다.
이어 “(벨루가가)속도를 조금 내려고 하면 바로 코앞에 벽이 있어서 돌아야 한다. 그러니까 뱅글뱅글 도는 거다. 정신 상태가 좋을 리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더 큰 문제는 돌고래가 초음파 내보내 물체에 반사되는 걸 감지해서 이동하고 먹이는 잡아먹는다는 사실이다.
좁은 수조에서 초음파를 내보내면 콘크리트로 만든 벽에 그 초음파가 부딪히며 계속 돌고래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런 의문을 제기할지도 모른다.
돌고래나 벨루가가 수조 안에서 힘든 것 알겠지만 그럼 다른 물고기도 다 풀어줘야 하는가.
최 교수는 “올챙이를 어항에 퍼 놓았다고 해서 올챙이의 삶의 질이 확 떨어지지는 않는다. (보통의 물고기는) 내가 인간에 의해 어딘가에 억류됐다는 걸 인식하는 동물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돌고래나 벨루가는 굉장히 두뇌가 발달해서 자기가 잡혀서 갇혔다는 걸 너무나 잘 인지한다는 것.
그는 “동물행동학이 이제 굉장히 발달했다. 돌고래뿐 아니라 행동반경이 굉장히 넓은 동물이나 갇힌 공간에서 정신적으로 살아남기 힘든 동물에 대한 정보가 이제 우리에게 있다”라며 “이제 그것에 따라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람들은 수족관에 갇힌 돌고래를 자연으로 돌려보는 것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지난 2012년 논란이 됐던 서울대공원의 제돌이 문제를 예로 들었다.
당시 그가 주축이 되어 불법으로 잡혀서 돌고래쇼를 하던 제돌이와 친구들을 바다에 풀어줬다.
최 교수는 “세상 사람이 다 저처럼 생각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설문조사를 했다”라고 말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돌고래를 풀어주는 걸 압도적으로 찬성할 거라는 기대와 달리 반대가 더 많았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왜 시설에서 보호받는 돌고래를 밖으로 내몰아?” “돌고래한테 무슨 일 생기면 책임질 거야?” 등의 의견을 내놨다.
최 교수는 그제야 ‘사람들이 이런 문제를 지금까지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구나’라고 깨달았다고 한다.
유튜브 채널 ‘JTBC 뉴스’
그러면서 제돌이에게 이렇게 한 번 물어볼 수 있다면 어땠겠냐고 가정했다.
“너 지금 나갈래? 나갔다가 배에 부딪혀 죽을지도 모르고 먹을 거 못 먹고 굶을지도 몰라. 잘 생각해봐.”
그는 “과연 제돌이가 1초라도 머뭇거릴까. 전 절대로 안 그럴 거로 생각한다. 그냥 나가는 거다”라며 “돌고래가 보고 싶다면 그들의 고향으로, 그들이 사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서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JTBC 뉴스’
이어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다. 조금 더 현명해지면 좋겠다”라며 뼈아픈 당부를 남겼다.
“동물들이 어떻게 해서 거기에 잡혀 와 있고, 그런 시설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이제 알아야 한다. 무관심하면서 그냥 모르고 즐기는 건 용서받을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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