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운영비도 못 뽑는 적자 운영에 허덕이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운영사들이 공개한 실적정보에 따르면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Upbit)만 흑자를 유지하고 있을 뿐, 빗썸의 운영사 ‘비티씨코리아닷컴’과 코인원 등 국내 대표 거래소들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코빗은 지난해 76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코인원은 코인원 당기순손실 58억원, 비티씨코리아닷컴은 2055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이 세 곳을 제외한 지닥·비트소닉·코인제스트·CPDAX·고팍스·후오비코리아 등 주요 거래소들은 구체적인 손실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상장된 암호화폐 상당수가 거래량이 ‘제로’에 가깝거나 실제로 ‘제로’여서 운영손실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소 수입원 대부분이 암호화폐 매매와 출금 수수료이기 때문에 거래량 감소는 매출 감소의 직격탄이 된다.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 자산 비율이 높은 곳은 피해가 더 크다.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하면서 자산 총액도 더불어 급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다른 암호화폐가 모두 떨어져서 재정 타격이 크다”며 “암호화폐 가격이 2017년처럼 매일 오를수는 없지만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줘야 투자자들이 투자를 할 텐데 계속 하락하고 있으니 일일 거래량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여기에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지난 6월 38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암호화폐 규제 권고안을 발표한 것도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존폐에 위기감을 안겨줬다. 규제 권고안은 ▲1000달러 이상 거래정보 제공 ▲5년 이상 거래기록 보관 ▲거래소 회원 사전조사 ▲의심 거래 발생 시 즉각 신고 체계 구축 ▲국제적 제재 이행 가능한 시스템 구축 및 협력 ▲실명 확인된 계좌로만 암호화폐 거래 등을 포함하고 있다. 

국내 대부분의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5년 이상 거래기록을 보관하고 해킹으로부터 시스템을 보호할 수 있는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은행들로부터 실명 가상계좌를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을 제외한 모든 거래소가 ‘벌집계좌’로 불리는 법인계좌를 사용하고 있기에 정부가 FATF 권고안을 수용할 경우 대부분 암호화폐 거래소는 강제 폐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국회 정무위원회에 인사청문회 관련 자료를 제출하며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해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하면 가상통화(암호화폐) 관련 규제의 국제 정합성을 높이기 위해 국회의 특금법 개정 논의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의견을 밝혀 FATF 규제 권고안의 국내 적용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련의 흐름에도 일부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들은 현재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지난 2017년 9월, 정부가 암호화폐 ICO(암호화폐공개)를 금지했지만 많은 국내 업체들이 해외에 법인을 설립해 ICO를 실시했다. 정부도 가상통화 테스크포스(TF)를 만들었지만 이후 2년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사이 비트코인 가격은 300~400만원대까지 떨어졌다가 1200만원대까지 상승했다. 또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암호화폐 프로젝트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어 업계 관계자들 중 상당수가 한 번쯤 암호화폐 상승장이 다가올 것이라는 희망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물론 현재 힘든 상황인 것은 맞다. 지금은 규모를 축소해 ‘버티기’에 돌입했다”며 “많은 거래소들이 문을 닫으면 살아 남은 거래소들이 추후 도래할 상승장에서 과실을 더 많이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